몇년전부터 녹차가 안팔리고 중국산 보이차가 홍수를 이루다 보니 한국 차농들이나 차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통틀어 소위 '차인')이 황차 또는 반발효차라는 걸 만들고 마시기에 바쁘다.


즉 생 찻잎을 따다가 녹차를 만드는 대신 시간을 두고 찻잎을 시들고 멍들게 하거나 생체로  비비고 짓이겨 뜨거운 곳에 넣어 두었다가 갈변하면 덖어서 황차 또는 반발효차라고 부르며 마치 중국 보이차 대용인 듯 마시고 있다.


그러나

황차와 반발효차는 개념이 다른 것인데  두 이름을 혼돈해 쓰는 데서 차를 만드는 논리까지 혼돈돼 제대로된 황차나 반발효차가 나오기 어렵게 하고 있다.

황차는 이름이 말해주듯 누런 색을 띤 차인데, 녹차보다는 약간 변질된 과정을 거친 것이다. 즉 녹차는 생찻잎을 따는 즉시 덖어(살청) 산화요소의 작용을 정지시킨 것이고, 황차는 생 찻잎을 바로 덖지 않고 시간을 두고 시들리거나 잎 가장자리에 상처를 가해 갈변(산화)을 촉진시킨 것이다. 그 갈변현상이 탕에 누런 색(누렇기 보다는 약간 진녹색 또는 연한 갈홍색)으로 나타난 것이어서 황차라고 부른다. 이는 사과를 깎아 놓으면 깎인 면이 공기중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갈변하는 현상과 같은 이치이지 발효현상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차는 황차나 반산화차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발효차는 보이차처럼 짓이긴 생찻잎이나 설덖은 찻잎에 오랜 기간 발효곰팡이가 슬어 발효된 차이다. 그 발효 정도에 따라 완전 발효차 또는 반발효차라고 부르는 것이 황차 등 다른 차와 명칭에서 비롯되는 오해를 막을 수 있다.


황차를 만들면서 '반발효차'라는 이름 때문에 발효계통 차를 만드는 것으로 착각하여 생찻잎을 마구 비벼서 비닐 포대에 넣고 밀봉하여 뜨거운 아랫목에 몇시간씩 두었다가(마치 술이 발효되어 익게 하는 것처럼) 꺼내 덕는 제다인들이 적지 않다. 이런 차는 탕색이 짙은 갈색이고 퀴퀴하고 고리타분한 냄새와 맛이 난다. 이를 '발효차'의 고상틱한 향과 맛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국 차의 질과 차문화가 퇴보를 면치 못한다.


찻잎을 억지로 짓이기고 뜨거운 곳에서 몸살 시키는 과잉 인위를 가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산속 해맑은 공기를 만나 저절로 산화되도록 하여 만든 진정한 황차는 은은한 홍옥사과향  같은 과일향과 이른 봄 잔설 속에서 풍겨오는 매향이나 난향처럼 사람의 심신을 경이적인 자연의 힘으로 힐링해주는 향과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