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차에는 ‘3대 요소’와 ‘3대 성분’이 있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차의 3대 요소는 향·색·맛이고 3대 성분은 티폴리페놀·아미노산·카페인이다. 차의 3대 요소 구분은 동양사상의 기론적 분석이고 3대 성분 분석은 서양 자연과학(화학)의 성과이다. 차의 3대 요소와 3대 성분 사이엔 명칭상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 상호 불가분의 관계로서 제다법·차의 종류·품질을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차의 3대 요소는 품질의 기준이 되고, 3대 요소는 또 모두 각기 상응하는 화학물질인 3대 성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티폴리페놀·아미노산·카페인을 ‘품질 3총사’라고도 한다.
이들 성분 중 티폴리페놀에서의 카테킨, 아미노산에서의 테아닌, 홍차에서 카테킨의 산화중합체인 테아플라빈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이들의 비례와 조화에 따라 차의 품질이 결정된다. 또한 품종·지역·기후·가공 등의 조건들이 동일할 때 아미노산은 녹차의 품질에, 테아플라빈은 홍차의 품질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먼저 차의 3대 요소에 대해 알아보자. 『다신전』 ‘조다(造茶 : 차 만들기)’ 항에서 “ ... 그 가운데 현미한 것이 있어 말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불김이 고루 들면 (차의) 빛깔과 향기가 모두 아름다워지니 그 미묘함을 연구하지 못하면 (차의) 신묘한 맛은 모두 느른해진다(中有玄微 難以言顯 火候均停 色香全美 玄微未究 神味俱疲)”고 했다. 제다에는 우주 기운의 작동(神妙)과 관련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말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제다의 목표는 차의 향과 색을 가능한 한 자연상태에 가깝게 살려내는 것인데, 이는 불기운(火候)을 고루 들게 하는 것으로써 좌우된다. 불기운을 고루 들게 하여 차의 향과 색을 원래대로 재현시키는 일은 찻잎이 지닌 우주의 역동적 생명력이자 고도의 기적 소통으로서 만물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인 다신(茶神)을 보전해 내는 일이다. 이처럼 세밀한 다신의 작동기제(玄微)를 제다에 반영시키지 못하면 차의 향과 색을 포함한 신묘한 맛(神味)을 얻기 어렵다.
위 『다신전』의 문구는 차의 향과 색을 포괄(包括)하여 ‘신미(神味)’라고 함으로써 차향과 차색을 ‘기(氣)’로서 파악하고 있다. 이덕리는 『동다기』에서 “차의 효능을 두고 어떤 사람은 동차(東茶 : 우리 땅에서 나는 차)의 효험이 월나라에서 나는 (차에) 미치지 못한다고 의심하기도 하나 내가 보기에는 색, 향, 그리고 이 둘을 융합한 기운 맛이 조금도 차이가 없다. 다서에 이르기를 ‘육안차는 맛이 뛰어나고 몽산차는 약효가 뛰어나다’고 했다. 우리나라 차(東茶)는 이 두 차를 대개 겸하고 있다. 만일 이찬황과 육우가 살아 있다면 그 사람들은 반드시 내 말이 옳다고 할 것이다(茶之效 或疑東茶不及越産 以余觀之 色香氣味 少無差異 茶書云 陸安茶以味勝 蒙山茶以藥用勝 東茶盖兼之矣 若有李贊皇陸子羽其人 則必以余言爲然)”라고 말하면서 ‘색·향·기미 (色·香·氣味)’를 강조하고 있다.
‘色香氣味’라는 말은 『동다송』 제38행에도 나오는데, 대부분의 역자들이 정민의 경우처럼 ‘色香氣味’를 ‘色·香·氣·味’로 보아 “색과 향과 기운과 맛”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는 차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부족한데서 오는 오역으로서 다신을 보전해 내는 일이 관건인 제다의 방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다신전』의 문구에서 향과 색을 포괄하여 ‘신미(神味)’라고 했듯이, ‘色香氣味’에서 ‘氣味’의 ‘氣’는 앞에 있는 ‘色香’을 일컫는 말로 봐야 한다. 즉 ‘氣味=神味’이고 ‘色香氣味’는 ‘色·香·氣味’로 끊어 읽어야 한다. 기론(氣論)에서 神은 물질적·정신적 중간단계인 氣가 고도화되어 통력(通力)이 있는 파장 단계의 氣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일컫는 명칭이다. 따라서 생 찻잎이 품고있는 다신은 ‘기미’라 할 수 있고, 완제된 차의 차탕이 지닌 차향과 색은 ‘신미’라 할 수 있으며, 둘을 겸해 한 쪽을 부를 수도 있다. 차의 색(色)도 기(氣)이고 향(香)도 기인데 ‘色香氣味’에서 ‘氣’를 분리독립시켜 따로 부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음은 차의 3대 성분과 제다와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차의 3대 성분은 차의 본질과 관계되는 것이다. 제다의 핵심은 차의 3대 성분을 여하히 보전시키느냐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므로, 어떤 차의 3대 성분 유지 정도는 차의 종류 구분 및 그 차가 기호식품이냐 심신건강수양음료이냐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차에는 티폴리페놀(카테킨), 아미노산(테아닌), 카페인, 향기성분, 비타민, 당류 등 다양한 성분이 있지만 차계와 학계에서는 차의 ‘3대 성분’으로 티폴리페놀·아미노산·카페인을 꼽는다. 따라서 제다과정에서 이 3대 성분을 어느 정도의 어떤 양상으로 보전 또는 변화시키느냐가 제다의 관건이자 완제된 차의 종류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차의 3대 성분 중 티폴리페놀은 건강증진·면역력강화·노화방지 등의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폴리페놀은 산화력이 강해서 몸 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즉 차를 ‘건강음료’이게 하는 성분이 카테킨이다.
티폴리페놀은 찻잎의 세포액 속에 들어있고 엽록소 안에 있는 산화효소인 폴리페놀옥시데이스와 액막(液膜)에 의해 격리된 채로 존재한다. 이 두 물질간의 산화반응은 대부분 가공과정 중 찻잎비비기 공정에서 세포파괴에 의해 이루어진다. 폴리페놀옥시데이스는 폴리페놀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도록 촉진시킨다. 제다법 중 증배(蒸焙)와 초배(炒焙)는 곧 ‘살청(殺靑)’이 일차적인 목표인데 살청은 고온으로 생엽 중의 단백질 산화효소를 신속히 파괴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폴리페놀산화효소는 엽온도 섭씨 80도 이상에서 작동이 중지된다. 따라서 한국 차계 일부에서 차 덖는 일을 ‘수치(修治)’라 부르며 한약재 법제에 비유하여 차의 냉기를 없애는 목적을 갖는다거나(혜우), 차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일(박동춘)이라고 하는 주장은 살청의 원리와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산화효소의 활성은 엽온이 섭씨 20도일 때 시작되며, 엽온이 10도 증가할 때 마다 효소의 활성은 배가 되어 45~52도일 때 가장 강력하다. 엽온이 계속 올라가 65도 정도가 되면 효소가 활성을 잃게 되는 실활현상(失活現象)이 일어나고, 70도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산화효소는 소멸된다. 특히 폴리페놀옥시데이스는 강력한 내열성을 가지고 있어서 활성을 완전히 잃게 하려면 온도가 75도 이상 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공과정에서 효소활성중지 온도를 엽온 80도에 기준을 둔다. 이는 곧 단시간 내에 찻잎 온도를 80도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산화효소 활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증청(蒸靑)살청 외의 살청에서 산화효소의 활성을 모두 제거하기는 어려워서 일반적으로 20% 정도의 잔류량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차가 보관 중 갈변하는 요인이다.
수제 살청의 경우 엽온은 전적으로 솥 온도에 좌우되며, 생엽의 투입량도 솥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대개 1kg의 생엽을 살청할 경우 솥 온도 220도 정도에 5~6분 정도의 시간이 적당하다.
차의 3대 성분 중 아미노산(테아닌)은 온대지역 소엽종 찻잎에 많이 함유돼 있다. 테아닌은 찻잎에만 들어있는 아미노산 성분으로서 뇌파를 외부자극 반응 파동인 베타(β )파에서 내성적 명상상태의 파동인 알파(α)파로 진정시켜 주는 효능을 발휘한다. 이러한 테아닌의 효능은 카페인의 각성(覺醒) 효능과 더불어 ‘적적성성(寂寂醒醒)’의 상태로 유도하여 차명상을 통한 다도 수양을 가능케 해준다. 이 두 성분은 차를 ‘수양음료’이게 하는 요인이다. 「타임」 지 선정 ‘세계 10대 수퍼푸드’에는 늘 녹차가 들어있는데, 녹차에는 차의 3대 성분이 가장 잘 보전돼 있어서 녹차를 ‘심신건강수양음료’로서 기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테아닌은 단백질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고 또 미생물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므로 청차, 홍차, 흑차(보이차) 계통 차종류로 갈수록 함유량이 줄어든다. 이런 차들이 ‘심신건강수양음료’로서의 기능이 약하여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이유이다.
카테킨과 테아닌의 관계에 있어서 테아닌이 강한 햇볕을 받으면 카테킨으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햇볕이 강한 아열대지역인 중국 운남성과 복건성 등지의 찻잎은 카테킨이 많아서 카테킨이 쉽게 산화되는 성질을 이용한 발효(산화)차 계통 제다에 유리하다. 중국에 청차 홍차 흑차 등 산화발효차 계통 차종류가 많고 차가 ‘기호식품’으로 인식돼 수양 ‘다도’ 보다는 기예(技藝) 위주의 다예(茶藝)가 발달한 이유이다. 이에 비해 햇볕이 약한 한국과 같은 온대지역의 관목 소엽종 찻잎은 적은 카테킨을 보전해야 하므로 녹차 제다에 알맞다. 뿐만 아니라 온대 소엽종 찻잎엔 테아닌이 아열대 교목 대엽종 찻잎 보다 비교적 많이 들어있으므로 온대 소엽종 찻잎으로 만든 녹차는 건강음료와 수양음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즉 온대 소엽종 찻잎으로 만든 녹차는 ‘심신건강수양음료’로서 모든 차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차의 3대 성분 중 카페인은 커피 등 여러 식물음료에 두루 들어있는 성분으로서 각성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차의 카페인은 커피의 카페인과 달리 중독성이 적다. 차의 카페인은 카테킨 및 테아닌 성분과 길항작용(拮抗作用)을 일으켜서 몸안에서 적정량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 카페인의 중요한 역할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테아닌의 뇌파진정 효능과 더불어서 각성(覺醒) 효능을 발휘하여 차명상(다도수양)에 있어서 최적상태인 ‘적적성성(寂寂惺惺)’의 단계에 이르기를 돕는 것이다.
차의 ‘3대 성분’ 논의는 한국 차와 차문화 그리고 한국 차 제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힌트를 준다. 그것은 『다경』을 저술한 당나라 육우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이덕리, 다산, 초의에 이르기까지 선대의 차인들이 왜 녹차를 선호하고 녹차 제다법을 상술해 놓았으며, 왜 역대 차인들이 그것을 마시고 차시(茶詩)를 통해 ‘득도의 경지’를 읊었는지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곧 앞에서도 일별했듯이 한국 찻잎은 온대지역의 아미노산(테아닌) 성분이 많은 관목 소엽종 찻잎이어서 비교적 적은 티폴리페놀 성분 보전 및 풍부한 아미노산 성분 활용을 위해 녹차 제다를 지향해야 하며, 한국 찻잎의 녹차는 이런 성분의 효능으로 인해 다도수양에 유리한 ‘심신건강수양음료’로서의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